난 지금 사는 동네(집이 있는 동네)에 2살때 이사와 25년이 넘게 살아왔다. 초등학교 동창들 중에서도 나만큼 이 동네에 오래 산 친구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동네 아파트 혹은 동네의 지리는 웬만하면 다 꿰고 있고 동네의 나무나 큰 바위 하나하나도 어려서부터 봐오고 근처에서 놀던 것들이기에 매우 정이간다. 물론 빠르게 바뀌는 동네 점포들의 상호들을 모두 꿰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동네 건물들 역시 20년 넘게 봐온 것들이라 오래된 건물들 자체는 잘 알고 있다.
최근에 동네의 한 대로의 가로수들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길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볼폼 없는 플라타너스들이긴 했지만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굵은 가로수들인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보도의 폭을 줄이고 차도의 폭을 늘리고 보도블럭을 다시 깔고 전봇대를 없애 전선을 바닥으로 매설하려는 공사인 것 같은데 덕분에 나무들이 사라져 기분이 씁쓸했다. 중학교 등교길에 맨날 보던 나무들이고 요즘에도 교회를 갈때 보는 나무들이었는데.. 아마 구에서는 도로를 정비한다는 좋은 뜻으로 했겠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최소 15년 이상 된 가로수들인데무 뽑듯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니 뭔가 허전하다.
얼마전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면서 버스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어올 일이 있어 고등학교를 등교하던 길로 집으로 들어왔는데 오랫만에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들어오니 감회가 새롭다. 확실히 동네가 어느정도 오래된 만큼 아파트 단지이지만 잔디밭의 나무나 가로수 등도 매우 굵직하고 아파트 풍경도 연륜이 느껴진다. 동시에동네가 확실히 좀 낡은 것도 있다. 동네 특성상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이 되기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재건축이 된다면 어렸을때부터 보던 풍경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에 서운한 느낌도 든다. 언제 동네 풍경이나 사진으로 남겨놔야겠다.
도시에서 태어나 살다보니 시골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기 보다는 도시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는 뭔가 어색한 세대가 된 느낌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세대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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